이태원 클럽으로 코로나19가 다시 고개를 들며 ‘방역 장기전(長期戰)’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며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두 질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최악의 상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인플루엔자 ‘동시유행’ 우려
지난달 말부터 의료전문가, 정부관계자들은 ‘코로나19-인플루엔자 동시유행’ 가능성을 제시해왔다. 증세가 비슷한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를 초기에 선별·치료하지 못하면 의료현장에 혼란이 생겨 코로나19 2차 대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기모란 역학조사위원장(국립암센터 암관리학과 교수)은 “코로나19 2차 파도는 첫 번째보다 더 크고 위협적일 것”이라며 “특히 인플루엔자 유행과 겹치면 가장 위험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인플루엔자-코로나19 동시유행에 대한 걱정을 표했다.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도 “인플루엔자는 연간 세계에서 약 280만명의 환자를 발생시킨다”며 “올 가을 코로나19와 같이 온다면 큰 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올해말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를 동시에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로베트 레드필드 국장은 “올 겨울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를 동시에 겪을 것”이라며 “올해말 바이러스 공격은 지금 겪는 상황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병 겹치면 의료체계 붕괴 가능성
실제로 인플루엔자는 폐렴 등 심각한 합병증도 유발해 겨울철 유행시기에는 중환자실이 꽉 찰 정도다. 전문가들은 인플루엔자-코로나19가 동시유행하면 의료체계 과부하에 대해 우려한다.
한정된 의료자원과 의료인력으로 거대한 두 감염병을 동시에 상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인플루엔자에 걸린 중환자들을 위한 의료 자원이 모두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이 더해지면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며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에 코로나19가 겹치면 지금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제한된 의료인력과 의료시설로 혼란을 겪었었다. 여기에 인플루엔자라는 다른 감염병까지 유행하면 사태는 더 심각해진다는 설명이다.
이재갑 교수는 “코로나19는 무증상전파 등 기존 감염병의 양상을 깨뜨렸으므로 모든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며 “감염 질환은 언제든지 대유행할 수 있는데 코로나19가 또는 인플루엔자가 대유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생활방역 기본…백신·치료제 무기 활용해야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가 동시에 유행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 질환은 기본적으로 전파 최소화가 중요하므로 마스크를 끼고, 손을 깨끗이 씻는 등 생활방역은 기본이다. 정부는 '아프면 3∼4일 집에 머물기', '사람 사이 두 팔 간격', '30초 손 씻기' 등 방역수칙을 지키라 강조한다.
특히 두 질환 중 인플루엔자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지가 감염병 극복의 열쇠다. 코로나19는 치료제나 백신을 겨울까지도 기대하기 힘들지만, 인플루엔자는 효능이 입증된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인플루엔자 백신을 11월까지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재갑 교수는 “백신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11월까지 맞춰두면 겨울철 코로나19가 재유행하더라도 의료 체계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루엔자 감염 초기에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면 증상 악화를 막아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나아가 바이러스 분출과 복제를 억제하므로 전파 차단 효과도 있다. 인플루엔자 치료제로는 타미플루(성분명:오셀타미비르), 조플루자(발록사비르 마르복실) 등 항바이러스제가 있다.
두 치료제는 바이러스가 호흡기 세포에서 나오는 것을 막거나 바이러스 복제를 막는 등 다른 기전으로 치료한다. 기전이 달라 혹시 모를 내성문제에도 대비할 수 있는데, 타미플루 내성이 생긴 인플루엔자 환자에게 조플루자를 처방하는 셈이다.
변이 많은 감염병…모든 가능성 염두
대부분 감염학자는 지난해 말 유행할 감염병이 인플루엔자일 거라 예측했다. 하지만 실상은 코로나19가 등장했다. 다음에 어떤 감염병이 유행할지 모르니, 전문가들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재갑 교수는 “백신, 치료제 등 효과적인 약물로 대응해 초기 확산을 막는 게 관건이다”며 “코로나19 대유행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어떻게 다시 등장할지 모르기 때문에 계속해서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020.05.12 / 유대형 헬스조선 기자 yd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