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가을 날씨에 등산복 입은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는 요즘이다. 필자도 등산을 즐겨 하는 편인데, 한 날은 동행한 지인이 ‘왜 등산복은 붉은색이 많을까’ 하는 의문을 품는 걸 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가까운 산행을 가서 눈을 돌려보면 대부분 등산복이 모두 강렬한 원색을 띄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등산은 중·장년층의 비율이 높은데 나이가 들면 갑자기 빨간색이 좋아지는 것일까? 누구나 한번쯤은 품을 수 있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필자는 ‘눈의 노화’라고 답하려 한다.
눈은 신체기관 중에서 노화가 제일 빨리 오는 기관이다. 50대에 들어서면서 필연적으로 오게 되는 노안(老眼)이나 백내장은 노화로 인한 몸의 변화를 더욱 실감케 한다. 백내장은 투명했던 수정체가 노화를 비롯한 여러 원인으로 혼탁해지는 질환이다. 시야가 누렇고 흐리게 변하는 증상이 노안과 비슷하여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노안과 달리 질환으로 분류되며 돋보기와 같은 교정장치로는 교정되지 않고 수술을 통해야만 완치가 된다. 갑자기 왠 백내장 얘기냐고? 우리나라 수술 건수 1위에 이르는 백내장이 바로 중·장년층이 빨간색을 선호하는 이유이기 때문.
당연한 얘기겠지만, 백내장 환자가 보는 물체의 색과 실제 색은 차이가 있다. 노란색의 보색이자 단(短)파장을 띄고 있는 파란 계열의 빛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뚫고 지나가지 못하고 상당 부분 흡수된다. 백내장이 오기 전 느꼈던 파란색보다 선명도가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장(長) 파장인 붉은 계열의 빛은 상대적으로 혼탁해진 수정체를 잘 통과하여 망막에 도착해 상을 맺는다. 그래서 백내장이 진행되고 있는 장년층의 경우 빨간색을 더 선명하게 느끼게 되고, 선명하게 받아들인 빨간 계열의 옷에 더 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백내장 수술을 받고 나면 푸른빛이 낯설게 느껴진다고 많이들 얘기한다. 혼탁된 수정체로 보던 세상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느끼는 당연한 현상이다. 이는 백내장 수술이 잘되었다는 증거로, 예전의 투명했던 수정체를 되찾아 왜곡 없는 실제 색 그대로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요즘 부쩍 붉은 계열의 아이템이 좋아졌다면 시간 내어 안과에 가서 안저검사를 받아보자. 혹시 백내장이 진행되고 있을지 모른다. 설사 백내장이 왔더라도,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과거와 달리 비약적으로 수술법이 발전하여 빠르고 안전한 수술이 보장된다. 정년의 연장으로 아직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장년층을 위해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여러 인공수정체도 시중에 나와있다. 백내장으로 인해 불편함이 느껴지는 그 때, 적절한 인공수정체를 택해 수술 받으면 된다. 백내장은 수술 시기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한번쯤은 수술을 받는다. 노화로 인해 나타나는 변화에 슬퍼하기보다는 적절히 대응하여 제2의 인생을 즐길 것을 권유한다.
2019.10.11 헬스조선 /기고자: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 이인식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