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일 대학교 연구진이 죽은 지 4시간 지난 돼지의 뇌를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성공은 제한적이었다. 뇌세포를 연결하는 일부 시냅스가 다시 활성화하는 것을 관찰하였으나, 전기적 활동이 뇌 전역에 발생하지는 않았다. 즉 의식이나 지각이 되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도축된 지 4시간이 지난 돼지의 뇌를 특수 용액에 담갔다. 뇌세포의 사멸을 늦추고, 뇌혈관의 재생이 가능하도록 심장 박동과 유사한 방식으로 산소와 약물을 함유한 합성 혈액을 6시간 동안 공급했다.
도축된 지 10시간 만에 죽은 돼지의 뇌가 살아났다. 약물에 반응을 보였고, 정상적인 뇌에 필요한 양의 산소를 소모하기 시작했다.
네나드 세스탄 교수는 뇌세포는 산소 공급이 끊어지면 급속하게 사멸하고, 회복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그러나 이번 실험을 통해 뇌세포의 사멸은 점진적이어서 지연할 수 있으며 심지어 회복도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윤리적 문제에 특히 신경을 썼다. 실험실에서 키운 돼지가 아니라, 식용으로 도축된 돼지의 뇌를 실험에 사용했다. 그 탓에 죽은 지 4시간이나 지난 뇌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돼지의 의식이 돌아올 경우에도 대비했다. 우선 실험하는 동안 뇌의 활동을 줄이는 약품을 투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식이 돌아오는 상황에 대비해 마취제도 준비했다. 몸 없이 뇌만 살아나는 잔혹한 상황에서는 일종의 '안락사'를 시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실험에서는 마취제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윤리학자들은 이런 종류의 실험에 관한 새로운 윤리 기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살아 있는 것도, 완벽히 죽은 것도 아닌 회색 지대에 대한 윤리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 등 뇌 질환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뇌졸중이나 출산 시 산소 부족으로 발생한 영아의 뇌손상 치료법 개발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이른 감은 있지만, 이번 실험 소식을 들은 일부 윤리학자는 죽음을 판별할 새로운 기준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의료 윤리를 가르치는 도미니크 윌킨슨 교수는 앞으로 죽은 사람의 뇌를 되살려 생각과 성격까지 회복할 수 있다면 죽음에 대한 정의를 변경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세스탄 교수는 그러나 이번 실험이 뇌의 전반적인 기능을 되살릴 수 있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실험에서 돼지는 의식을 회복했느냐는 질문에 연구진은 단호하게 그렇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많은 질문을 유발한다. △되살린 뇌는 얼마나 더 살 수 있나? △만약 도축장에서 4시간이 기다리지 않았다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나? △실험 중 뇌의 활동을 줄이는 약품을 투여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이번 연구(Restoration of brain circulation and cellular functions hours post-mortem)는 '네이처'에 실렸고 BBC 등이 보도했다
2019.04.18 코메디닷컴 이용재 기자 (youngchaeyi@kormedi.com)